(사진=픽사베이)
10대 시절, 감사하며 살아간다는 말을 이해조차 못했다. 감사할 일이 없었고 세상에 불만만 가득했다. 20대 되고 나서 감사한 건 내게 이득이 되는 것, 내게 혜택을 주는 이 정도였다. 사실 20대 시절 가장 감사했던 건 내가 사랑해주는 사람이 날 사랑해주는 일 정도였던 것 같다. 30대가 되고 보니 조금 달라졌다. 아마 결혼과 출산의 경험 때문이라 생각한다. 결혼 후에야 자신을 희생해 우리를 키워내고 가정을 지킨 부모에 감사하게 됐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무탈한 하루와 무사한 오늘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매 순간을 감사하며 살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인터뷰를 하던 어떤 이가 감사 일기를 쓰라 권했던 바 있다. 비단 인터뷰이 뿐 아니다. 감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감사를 할 때에 인생이 달리 보이고 성공도 더 빨리 온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도해 본 적이 있다. 하루 다섯가지, 내가 감사한 일들을 썼다. 사람에게 고마웠던 일부터 그저 내게 좋았던 어느 순간들에 대해서. 오호라,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특히 의미없이 회사에 소진되고, 육아와 가사에 소진되는 나 자신의 하루가 의미있게, 무채색에서 다채로운 색으로 바뀌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감사하며 살자고는 생각했는데 매일 꼬박 쓰기란 쉽지 않았다. 바빠서,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감사의 기록은 드문드문해졌고 그러면서 잠깐 빛이 들었던 마음가짐도 불평과 불만과 나만 힘들다는 부정의 늪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던 차에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이 다시 감사의 힘을 일깨웠다. 세상과 주변의 사람들에 감사를 하면 대체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
“에몬스 박사가 발견한 한 가지 사실은 삶에서 좋은 일이 일어나야만 꼭 감사를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감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시각을 재구성할 줄 안다.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측면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요. 자신이 가진 것에서 좋은 측면을 반드시 찾아내죠’”(-‘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 中)
미국 작가 겸 기자로 활동해 온 제니스 캐플런은 자신의 사생활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사례를 엮어가면서 1년간 감사 일기를 쓰며 느꼈던 긍정적 변화에 대해 말한다. 특히 그는 심리학자, 교수, 의사 철학자 등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감사’가 우리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까지 하며 감사의 힘이 가진 보다 객관적이고 확실한 변화에 대해 조명한다. 그는 금전, 직장생활, 남편과 관계, 아이들과의 교류, 하다못해 날씨에 대한 감사까지 다뤄가면서 우리의 시선이 ‘왜 이래’에서 ‘그래도 고맙다’로 바뀔 때 어떤 변화가 오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나간다.
(사진=위너스북)
주목할 점은 감사는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감사한 일이 생겼을 때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쳐지나갔던 일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감사’라는 돋보기를 들고 바라볼 때 자신에게 긍정과 평안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억지로도 보일 수 있다. 단적인 예가 부부관계다. 저자는 책 앞부분에서 남편과의 관계에 있어 남편이 해준 구체적 일을 언급하며 “고맙다”고 말했을 때 오는 변화를 적어내려갔다. 읽다가 반신반의했음을 고백하는 바다. 나 역시 시도해봤지만 딱 삼일만에 감사에 미뤄뒀던 불평이 더 큰 덩어리로 터져나왔기에 저자 남편은 저자와 시선이 비슷하고 통하는 사람이라서나 가능했을 거라고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았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감사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내 경우는 남편에게 내가 감사를 전했을 때 바뀔 것이란 기대를 품었던 것에 실패 요인이 있고, 저자는 불평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기 위해서 감사를 해 성공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은, 우리가 그간 얼마나 많은 것에 투덜대고 ‘탓’을 해왔는지를 깨닫게 한다. 감사를 하겠다고 의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불평하고 있는지를 의식하고 세기 시작하면 하루 10개는 거뜬히 넘어간다. 우리는 자주, 날씨와 가족과 회사 사람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으며 하다못해 버스나 지하철에서 잠시 만난 사람들과 어떤 순간들에 대해서도 토하듯 불평을 한다. 예를 들어 날씨만 해도 그렇다. 비가 와서 찻길의 물이 튀었을 때, 눈이 너무 많이 와 회사에 지각하게 됐을 때, 사무실 앉은 자리에 하루종일 햇빛이 쏟아질 때 우리는 재수가 없다고, 날씨가 왜 이러냐고, 너무 눈부시다고 투덜댄다. 날씨야말로 변덕이 심하기에 기분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무언가를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조차도 어떤 태도를 지니는가에 따라 ‘나 자신’의 일상과 기분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말하며 자신을 위해 감사하라 말한다.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발열 내의를 입고 있어 행복하고, 하다 못해 칼로리가 높은 코코아를 먹으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 좋다는 식이다.
‘구름을 보기보다 햇빛을 보라’ 말하는 저자의 조언은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마음속으로부터 차오르는 긍정의 힘을 느끼게 하며, 한권을 모두 읽어내려 갈 즈음이 되면 깊은 공감과 실천의 형태로 변모한다. 미국식 서술과 유머를 담아내느라 다소 사족이 많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감사를 하며 살 때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롭게 빛이 난다는 진리만큼은 뼛 속 깊이까지 스며들 것이다. 만약을 이 책을 읽고 감사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면 저자의 조언과 내 경험을 토대로 한가지 보탬을 주려 한다. 몇몇 명사들이 말하는 대로 감사한 것 다섯 가지를 굳이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하루 한 가지라도, 감사한 일이 있다면 하나부터 적어가는 것이 삶의 다채로운 색채를 찾아나가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