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는 그야말로 ‘굿즈’ 풍년이다. 연예계 아이돌 굿즈는 물론이고 각종 커피숍,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연말연시 관련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도서 시장도 마찬가지다. 도서시장에도 굿즈 열풍이 불어닥친지 꽤 됐다. 책을 사야 얻을 수 있는 각종 아이템들이 애독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심지어 굿즈에 혹해서 책을 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출판사에서, 그리고 대형서점 등에서 주로 진행되고 있는 도서시장 굿즈는 성행하고 있으며 나날이 발전 중이지만 이 굿즈가 도서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단계다. 도서시장의 핫스타가 된 굿즈, 이 굿즈는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는지 굿즈를 생산하는 출판업계의 변화와 손익율, 굿즈로 인해 변화할 도서시장에 대한 전망 등을 면밀히 살폈다. <편집자주>

사진=글입다공방
책과 북 퍼퓸 (사진=글입다공방)

요즘 도서시장의 화두는 단연 펭수였다. EBS 캐릭터인 펭수를 활용한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라는 에세이 다이어리가 예약판매 시점부터 도서시장을 휩쓴 탓이다. 예스24에서는 4주 연속 이 에세이 다이어리가 1위를 차지했다. 펭수 에세이 다이어리는 에세이와 다이어리를 결합한 상품이기에 책 안에 굿즈가 포함된 것으로 인식되고 평가받는다. 특히 펭수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덕분에 펭수 팬들 사이에서는 이 에세이 다이어리 자체를 굿즈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펭수 에세이 다이어리는 그 성격이 조금 모호하지만 지난해 열풍을 몰고 온 캐릭터를 내세운 에세이집들이 사랑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도서시장은 그간 굿즈로 포함돼왔던 캐릭터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책갈피에서 에코백, 전시회 기념전 풍성

도서시장의 굿즈 열풍은 무서울 정도로 성장했다. 이전 출판업계가 책 출간과 함께 내놨던 굿즈가 책을 읽으며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책갈피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출판사들은 책 문구, 책 내용을 기반으로 한 일러스트, 유명 작가의 경우 작가 이름이나 얼굴을 사용한 책갈피를 서점에 무상제공하는 식의 굿즈를 내놓는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굿즈 시장이 커졌다. 책만으로는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되자 출판사들은 마케팅 비용 대신 컵, 책커버, 문구용품 등으로 굿즈를 확대했고 이는 어느새 도서 시장에 당연한 풍경이 됐다. 아예 책읽기나 서재와 관련 없는 에코백, 휴대용 방석, 휴대폰 거치대, 거울, 향수, 냄비받침 등 다양한 상품들이 책 구매를 높일 굿즈로 등장한 상황이다.

해리포터 20주년 기념전(사진=문학수첩)
해리포터 20주년 기념전 (사진=문학수첩)

특히 이 굿즈 시장은 점점 더 진화하는 모습이다.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독자가 책과 마주하도록 하는 방식이 유행인데 최근 출판사 문학수첩이 해리포터 시리즈 국내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기념전이 대표적 예다. 문학수첩은 세계적 히트를 친 ‘해리포터’ 20주년 기념전을 통해 또 한번 단물을 맛봤다고 알려진다. 문학수첩은 기념전 입구부터 소설 속 마법사들의 상점인 다이애건 앨리의 지팡이 가게를 연상시키도록 꾸몄으며 지난 20년간 시리즈 각 편이 한국에 상륙했던 시기와 함께 마법사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타임라인, 연필, 수채물감,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로 구현한 소설 속 장면들의 일러스트, 팝업 책 등을 전시했다. 이와 함께 해리 포터 출간 20주년을 기념하는 ‘해리포터 세트 박스’를 전시하며 독자들이 다양한 굿즈와 함께 책을 살 수 있도록 구성해 호평 받았다.

예스24도 내년 1월 12일까지 진행하는 ‘YES24 북 스테이 - 책과 머문 하루’ 전시회를 통해 영특한 전략을 썼다. 예스24는 자사 독자들이 뽑은 2019 올해의 책 24권과 함께 기획전을 꾸렸는데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이벤트 도서를 3만원 이상 구매할 시 티보틀 세트, 에코백 등을 제공한다. 한해 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굿즈 아이템을 증정하며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도서 구매율을 올린다는 전략인 셈이다.

인터파크의 경우 지난 11월 2020 신년 패키지 문구용품 상품을 자체적으로 내놓으면서 도서 구입시 스탬프를 적립하고 이 스탬프를 모두 모을 경우 패키지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면서 독자들의 책 구매율을 높였다. 출판사는 물론이고 서점 사이트 내 판매율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아이디어였다.

굿즈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의 판매율을 가장 빨리 체감하는 서점 관계자는 굿즈가 도입된 도서의 경우 판매율이 굿즈가 없는 도서에 비해 월등이 높다고 분석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전시회나 기념전 또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서점에서 기획하기도 하고 출판사에서 제안해오기도 하는데 이런 기획전 등은 도서 판매율을 높이고 그냥 지나가던 사람들이 서점에 들어와 들여다보게 하고 책을 사도록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기획전 등을 다양하게 꾸려 독자들이 보다 즐거울 수 있는 도서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출간돼 세 종류 표지를 내세운 김영하 '여행의 이유' (사진=문학동네)
올해 출간돼 세 종류 표지를 내세운 김영하 '여행의 이유' (사진=문학동네)

■ 책이 굿즈가 된다 '리커버 열풍'

앞서 밝힌 것처럼 책 자체를 하나의 굿즈로 만들어 판매를 도모하는 모습도 뚜렷하다. 캐릭터를 도서 커버에 삽입하는 경우, 기존 책에 새로운 표지를 씌운 리커버북 모두 인기다.

캐릭터를 도서 커버에 삽입하는 경우는 지난해 열풍을 일으켰던 곰돌이 푸 등 디즈니 캐릭터나 보노보노, 펭수와 같은 자체 캐릭터를 가질 수 없는 책들에 특정 캐릭터를 도입해 독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를 보자면 지난 19일 교보문고가 내놓은 굿즈와 책 상품이다. 교보문고는 콘텐츠 창작집단 ‘초코사이다’와 함께 ‘더쿠’ 캐릭터를 활용한 피큐어와 종이책 리디자인으로 구성한 책을 내놔 구간을 새롭게 하고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리 형상의 이 캐릭터를 입히면서 ‘열두 발자국’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와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열두 발자국’은 지성의 숲으로 떠나는 더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 탈을 쓴 더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하트 모양 머리띠를 쓴 더쿠로 각 책의 성격에 맞는 굿즈를 내놓음으로써 이미 해당 책을 샀던 독자들까지 매료했다는 평가다.

기존 책에 새로운 표지를 씌운 리커버북도 도서시장에서는 굿즈의 개념으로 볼 만하다. 이전처럼 계약이 종료되거나 절판돼 재출간하거나 개정판을 내놓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기 때문. ‘주기’나 ‘가치’에 염두하기보다는 기념 혹은 판매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보다 예쁜 표지를 원하는 독자들도 리커버 에디션에 높은 관심과 애정을 보인다. 크리스마스, 북캉스 등 서너번의 리커버를 거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나 3주년 150만부 기념 에디션을 내놓은 ‘언어의 온도’ 등 책은 구간임에도 새로운 느낌을 선사하며 꾸준히 팔리는 책으로 자리매김했다. 심지어 올해 봄 출간된 ‘여행의 이유’는 일반판, 동네서점용 표지, 바캉스 에디션을 거치며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다운 판매고를 올렸다.

사진=예스24 썸머에디션
사진=예스24 썸머에디션

똑같은 책을 표지만 바뀌었다고 살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정 수량만 생산해 판매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은 작가나 작품 팬이라면 탐나는 소장품일 수밖에 없다. 실제 이같은 리커버 에디션들은 출간 즉시 매진 행렬이라는 것이 서점 및 출판사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조해너 배스포드의 ‘비밀의 정원’ 2종 에디션 등이 대표적 예다. 예스24가 지난 여름 휴가 시즌에 맞춰 내놓은 서머 에디션은 해당 도서 판매량이 15% 상승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때 그 시점에서밖에 살 수 없다는 이점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리커버 에디션이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도 한다. 때문에 리커버북은 출판사와 대형서점의 합작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발전했다. 최근 밀리의 서재는 별도로 제작한 커버와 시중 판매 도서완 다른 판형으로 단편집 ‘시티픽션’을 내놨으며 자체앱 정기구독회원들에게만 제공하며 차별화했다. 그런가 하면 민음사는 교보문고, 코나카드와 함께 ‘노인과 바다’ ‘인간실격’ ‘데미안’ ‘1984’ ‘위대한 개츠비’ 세계문학 5종을 리커버북으로 내놓아 호응받았다. 이 책들 표지에는 지하철 노선도로 작가의 얼굴이 그려져 있으며 지하철에서 읽기 편한 판형과 함께 교통카드 기능까지 내장해 구성, 이색 시도라는 평을 받았다.

이같은 열풍을 두고 한 출판사 관계자는 “굿즈를 도입한 후 도서판매율이 높아졌다. 꾸준히 책을 읽어왔던 독자 외에 새로운 독자를 유입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굿즈만한 당근책이 없다”면서 “특히 리버커나 굿즈를 넣은 구간의 새단장은 이미 팔린 만큼 팔린 책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차원에서 각광받고 있다. 실제 구매 후기들을 보면 이미 샀던 책이지만 표지가 너무 예뻐서, 굿즈를 갖기 위해서 또 샀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굿즈의 도입은 출판사나 작가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좋은 판매책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