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물은 다양한 작가가 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많은 작가의 등장만큼이나 다양한 그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각자의 개성 강한 글로 표현되며 독자들에게 유니크한 매력을 선사한다.
최근 1인 출판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작가 태재(필명)가 선보인 ‘책방이 싫어질 때’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로, 특유의 글이 버무려져 재미를 더한다. ‘책방 직원의 뒤끝 에세이’라는 타이틀은 역시나 태재 작가만의 솔직한 필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태재 작가는 대학 졸업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해방촌에 위치한 스토리지북앤필름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물론 전공을 살린 광고쪽 일도 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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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방이 싫어질 때')
그는 3년 차 책방지기로 활동하면서 2014년 ‘애정놀음’을 시작으로 ‘단순변심’, ‘우리 집에서 자요’, ‘위로의 데이터’, ‘빈곤했던 여름이 지나고’, ‘우리는 꼭 한 번 사랑을 합니다’, ‘스무스’까지 매년 책을 내고 있다. 특유의 글솜씨와 다소 솔직한 감정들을 위트 있는 문장들로 담아내며 ‘1인 출판물 인기작가’로 군림하고 있다.
“저는 그냥, 설거지할 때 부엌 창문으로 드나드는 바람만 있으면 만족해요. 방충망이 있으면 바람은 더 자세하게 들어오죠. 그런 바람처럼 책방을 다니고 있어요. 하루하루, 송골송골.”
거창하지 않은 자기 일상을 소개로 시작되는 책 ‘책방이 싫어질 때’는 작가 태재가 실제 책방 직원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책방을 찾는 손님들의 에피소드, 서점 에티켓, 1인 출판 경험담 등을 소소하게 풀어낸다.
(사진=리드어스 DB)
■ 해방촌 작은 책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군상
“제 친구가 이 책 작가예요”
“자기야 여기 무인 책방인가 봐”
“어머, 이런 구멍가게에서 훔쳐가는 사람도 있어요?”
“오 대박 이렇게 작은 책은 처음 봐”
‘책방이 싫어졌을 때’는 작가 태재가 대학생이었던 스물다섯 살, 인생의 방황기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대학 졸업 후 세 번의 퇴사와 아홉 번의 이사, 그렇게 안정적이지 못했던 자신의 젊은 날, 첫 인연을 맺게 된 ‘스토리지북앤필름’ 서점. 눈빛을 잃어가던 스물아홉의 자신을 책방 직원으로 이끈 강영규 사장님, 그리고 정착하지 못했던 사회초년생에서 3년 차 책방 직원으로 근무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난 필력으로 풀어냈다.
“사람의 일생을 봄여름가을겨울로 본다면 그때 내 기기는 여름이었으나 빈곤했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도 쌀쌀맞게 굴곤 했다. 새로운 곳을 살펴볼 여유도, 그 여유에 대한 희망도 없었기에 나는 그저 어디에 속하더라도 벗어나기 바빴다.”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20대의 청년. 그렇게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자신을 향한 시선도 부정적이었던 태재 작가에게 변화를 이끈 건 작은 서점이었다. 방황기에 처음으로 들렀던 해방촌의 5평 남짓한 책방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의 인연으로 책방지기로 근무하면서 얻은 영감들로 직접 책을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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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드어스 DB)
이번 책은 책을 사는 사람과 그들의 모습을 통해 책을 만들어 파는 자신의 이야기와 고백이 담겼다.
“세상에 정통 책이란 게 있을까. 나는 출판사를 통해 작가로서 책을 내봤고, 평소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으로 만들어봤고, 현재는 돈 많이 벌어서 각종 세금도 많이 낼 야망이 있는 북디자이너와 서로의 케미를 뿜뿜하며 책을 만들고 있다. 이런 각각의 출판 경험을 통해서 내가 어떤 역할에 자신감이 있고 혹은 비효율적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직접 책을 만들고 내놓는다.”
책방지기로서 바라본 독립서점의 현실과 독자들을 향한 메시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책이지만, 1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담과 예비 작가들을 향한 조언 등은 이 책이 왜 스테디셀러인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