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는 그야말로 ‘굿즈’ 풍년이다. 연예계 아이돌 굿즈는 물론이고 각종 커피숍,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연말연시 관련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도서 시장도 마찬가지다. 도서시장에도 굿즈 열풍이 불어닥친지 꽤 됐다. 책을 사야 얻을 수 있는 각종 아이템들이 애독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심지어 굿즈에 혹해서 책을 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출판사에서, 그리고 대형서점 등에서 주로 진행되고 있는 도서시장 굿즈는 성행하고 있으며 나날이 발전 중이지만 이 굿즈가 도서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단계다. 도서시장의 핫스타가 된 굿즈, 이 굿즈는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는지 굿즈를 생산하는 출판업계의 변화와 손익율, 굿즈로 인해 변화할 도서시장에 대한 전망 등을 면밀히 살폈다. <편집자주>

사진=알라딘
(사진=알라딘)

평소 책을 즐겨 읽는 박모(36)씨는 종종 책과 함께 등장하는 굿즈에도 관심이 많다. 박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나 작가와 관련한 다양한 굿즈들을 보유하고 있다. 한 유명작가의 책 목록과 간략한 소개만 모아놓은 소개집을 대형서점 포인트를 소진해가며 사서 가지고 있을 정도다. 박 씨는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컵이나 휴일에 드는 에코백 등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 문구가 담겨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리커버북이 무조건 나올 것 같은 작가 책은 리커버 에디션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초판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책은 두권씩 가지고 있기도 하다”면서 “앞으로 도서 굿즈가 더 다양해지고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한달 평균 2~3권의 책을 구입한다는 김모(43) 씨의 경우는 좀 다르다. 책은 본질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굿즈는 불편하고 굿즈의 또다른 형태인 리커버북은 책을 먼저 산 독자들만 ‘봉’이 되는 것 같다며 부정적이다. 그는 “책을 살 때 주는 굿즈는 필요없을 때가 많고 거추장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할 때도 이걸 고를 거냐, 저걸 고를거냐부터 포인트가 차감되네 마네 하는 번거로움이 싫다”면서 “굿즈는 부수적 상품인 거 아닌가? 어차피 독자는 좋은 책,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사게 돼 있다. 출판사나 서점이 너도나도 앞다퉈 굿즈를 내놓고 허구헌날 표지를 바꾸는 걸 보면 책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꼬집었다.

도서시장에서 굿즈는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은 이렇게도 다르다. 누군가는 책을 살 때 얹어주는 느낌의 굿즈가 좋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사족, 혹은 불필요한 혹 정도로 생각한다. 오히려 출판사와 서점들이 굿즈를 기획할 시간에 어떤 글을 쓰는 작가를 발굴할지, 어떤 좋은 책을 소개해 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논쟁은 개개인의 선호도에 따른 것이지만 이런 반응들은 굿즈가 과연 도서시장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분명히 도서시장 굿즈 기획과 생산을 위해 적지 않은 인원과 비용이 투입될텐데 이것이 서점이나 출판사, 작가에게까지 이득이 되는 것인지, 혹은 제 살 깎아먹는 수준인지 여부다.

사진=교보문고 더쿠 에디션
(사진=교보문고 더쿠 에디션)

■ “손해 없지 않지만 잘 팔려” vs “대형출판사-유통이기에 가능한 일”

출판업계 관계자들에 문의한 결과 도서시장 굿즈는 대부분 출판사의 자체 기획으로, 혹은 대형서점이 판을 깔고 출판사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출판사의 경우 대부분 신간이 출간됐을 때나 몇쇄 인쇄, 몇 부 판매 등 기념할 만한 일이 있을 때 굿즈를 동반한다. 서점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굿즈를 마련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기도 하고, 연말 등 특수한 시즌 이벤트나 대대적 행사를 할 때 출판사에 제안하고 출판사가 굿즈를 만들어 동참하는 형식으로 굿즈가 꾸려지기도 한다. 때문에 일부 대형출판사들이나 서점의 경우는 굿즈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단독팀이 따로 구성되기도 하는 실정이다.

브랜드 서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굿즈거나 출판사 자체 이벤트는 사측의 선택이지만 서점이 출판사 동참을 요구하는 굿즈는 어쩌면 출판사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일은 아닐까. 이에 대해 한 출판유통업계 관계자는 “출판사 입장에서 일방적 손해를 본다거나 혹은 아예 손해가 없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출판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굿즈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판사도 굿즈를 내놓음으로써 본인들이 가져갈 파이를 줄이는 것이긴 하지만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을 생각하면 어쨌든 보다 잘 팔릴 구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서점에 노출되는 비용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온라인서점에서 행사를 제안해오면 그 비용으로 굿즈를 만들어 판매를 독려할 수 있으니 이득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대의견도 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출판사 소속 관계자는 굿즈는 대형서점과 대형 출판사의 과시욕이라 말한다. 마케팅 비용에 여유가 있거나 손익구조를 조정하더라도 굿즈를 만들어낼 형편이 되는 회사들이 독식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소형 출판사는 아무리 좋은 책을 내도 주목받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굿즈까지 등장하면서 소형 출판사 책들, 신진작가 작품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어차피 마케팅 비용이나 굿즈 비용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건 손익구조가 선순환되는 대형출판사들이나 가능하다. 서점의 제안은 들어오지도 않고 설사 제안이 온다고 해도 굿즈팀은 커녕 책만 잘 만들어 팔자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손해를 감수하고 만들어야 할 판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굿즈의 경우 모두 소진되면 다행이고 대박인 일이지만 다 팔리지 않을 때도 있다. 이 경우 재고는 출판사로 돌아온다. 리커버도 마찬가지다. 다 팔려서 리커버를 내는 몇몇 책들은 두 손 두발을 들겠지만 기존 책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리커버북을 다시 찍고 이 리커버북도 남아도는 책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문학동네가 세계문학전집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책갈피와 패브릭 포스터(좌)와 민음사의 책 표지 인쇄 제작 손난로(사진=문학동네, 민음사)
문학동네가 세계문학전집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책갈피와 패브릭 포스터(좌)와 민음사의 책 표지 인쇄 제작 손난로(사진=문학동네, 민음사)

■ 굿즈, 단순 공급 아닌 ‘독자와 책’ 중심된다면 더욱 희망적

결국 굿즈 시장도 있는 자의 독식 형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출판사가 꾸렸다는 굿즈팀 역시 인력 운용과 비용투입에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며 판매할 책의 순익구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유명작가를 보유한 출판사들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굿즈시장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출판사업 수익성 및 콘텐츠 저작권 활용의 다양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같은 의견을 낸 이들은 일부 대형서점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시 판매하고 있는 자체 굿즈들을 지목했다. 이 굿즈들이 책 속의 유명 캐릭터, 작품 속 명문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국내외 작가들의 더 다양한 작품들이 굿즈로 만들어져 작가와 출판사, 서점을 먹여살리는 수익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현재 작품이나 캐릭터를 활용한 도서 굿즈들은 대부분 저작권 제한이 풀린 고전이다. 만약 이 제한적 굿즈들이 국내 작가나 인기 작품으로 확산될 경우 그 수익성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본다. 서점은 관련 굿즈를 만들기 위해 출판사에 협의할 테고, 저작권자의 동의 하에 굿즈가 만들어지는 구조로 수익 분배가 되기 때문”이라면서 “요즘 독자들 역시 ‘왜 이 작품은 굿즈가 없지?’ ‘이 작가 글로 이런 굿즈 만들텐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펭수만 봐도 EBS가 굿즈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스티커를 자체 제작해 쓰고 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독자가 사랑하는 책을 기반으로 해 굿즈가 만들어진다면 이는 작가, 출판사, 유통사까지 고루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라딘 서점이 내놓은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 텀블러가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굿즈가 저작권 수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의 전제는 ‘독자가 사랑하는 책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굿즈가 점령한 요즘의 도서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일지도 모른다. 굿즈가 작품의 가치를 넘어서는 주객전도의 현상이 아닌 작품의 온전한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으면서도 요즘 세대가 좇는 트렌드를 따르는 굿즈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