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라디오
(사진=MBC라디오)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극단적 선택이라는 비보가 날아드는가 하면 톱스타 휴대전화 해킹 사건이 터지면서 연예인들을 둘러싼 갖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는 대중의 반응은 한결같다. “이럴 줄 몰랐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연예인들 사고방식은 일반인과 다른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더니 그말이 딱 맞네” 등등등. 그런 모습에서 종종 우리 사회는 웃프다는 생각을 한다.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하루 종일 전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밥상머리 반찬이 되어 오르내린다. 모두가 한편이 된 듯 누군가를 욕하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 곧바로 태세를 전환하고, 1시간 전까지 사랑해마지 않았던 스타의 논란에 등을 돌리고 이제 더 이상 팬이 아니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연예인의 삶에 ‘초집중’해 울고 웃는 게 우리 사회가 아닐까.

해가 바뀌어도 식지 않고 변하지 않는 연예인에 대한 관심과 지적에는 이 책이 딱일 것 같다. TV를 사랑하다 칼럼니스트가 된 이승한의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다. 출간된지는 꽤 됐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한 명 한 명 연예인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을 두고 가수 윤종신은 “성실하고 예리하고 사려 깊다. 연예인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페이지마다 진하게 묻어난다”면서 “연예인이란 잠깐 스쳐지나가듯 소비되는 가십의 대상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며 함께 생동하고 성장하는 유의미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뭉클했다”는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 연예인에 잔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대중의 심리

TV, 음악, 영화, 대중문화를 아우르며 한국사회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줄곧 연예인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자세로 국내 연예인들에 대한 편견을 지우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특히 그는 대중이 바라보는 연예인에 대한 잔혹성에 대해 가장 먼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이 있는 것 같아요. 연예인은 대중에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나랏돈을 받는 식의 공인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파급력이나 퍼포먼스로 보자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혹한 조건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에요. 예를 들어 작은 실수만으로라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소위 발연기를 하던 시절의 영상들이 평생동안 인터넷 공간에 남아 떠도는 식이죠. 물론 많은 부와 인기를 누리기는 하지만 이 대가로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판들을 감수해야 하는 이들이기도 해요. 대중 역시 그 비판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은 개인적으로 기분이 나빠도 대중을 만족시키고 즐겁게 해주기 위해 이 직업을 이어가죠. 대중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시간을 투자해서 이 사람의 영화나 TV프로그램을 보는 소비자니까 개입할 권리가 있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더불어 ‘내 심기를 거스르면 안돼’라고 요구하는 잔혹한 마음도 있는 것 같고요. 어떻게 보자면 연예인은 이런 노동환경에 처해있는 동료 시민인 거죠”

이런 적도 있단다. 저자가 이런 마음을 담아 연예인이 감정노동 직업군이고 더군다나 수많은 이들의 감정을 한꺼번에 받아내야 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대중문화 소비자 입장에서 신중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글을 썼을 때 수많은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연예인들이 돈을 많이 받는다는 점, 감정노동은 연예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어차피 사회 모두가 힘든데 연예인들도 힘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저자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고. 더욱이 ‘욕좀 먹을 수 있지, 그게 싫으면 연예인을 하지 말았어야지’라는 생각이 가장 보편적인데 이같은 생각은 사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듣는 이야기들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이승한 칼럼니스트의 생각이다. 그는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일을 하라고 월급을 주는 거잖아. 이 일이 싫으면 회사를 나가’라든지 서비스 직종에서 소비자의 갑질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든지 하는 것들이 바로 연예인들에 대한 질책의 다른 버전이나 다름없다”면서 “그런 이들에게 사회와 대중은 ‘서로를 존중하라’고 말하지 않나.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기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갑질과 부당함에 대한 극복이 시작되는 건데 연예인에 한해서만큼은 그에게 더 친절하기 위해 스스로의 감정을 소모하는 걸 자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한겨레출판사
(사진=한겨레출판사)

■ "재단하는 버릇을 버리면 좀 더 따뜻한 세상될 것"

특히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요즘 들어 부쩍 많아지고 있는 연예인들의 공황장애와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편견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공황장애를 고백하고 휴식기를 갖는 연예인들도 적지 않지만 공황장애를 고백한 후 다른 분야에서 다른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이들을 보며 또다시 대중의 질타가 쏟아지는 데에 대해서다. 이 경우 대중의 입장에서는 “뭐야, 이 프로에선 아프고 다른 데선 괜찮아보이는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대중이 연예인에 대해 재단하는 버릇을 버린다면 충분히 이해가능하다는 것이다.

“혹시 가짜면, 가식이면 난 속고 싶지 않은데라는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일례로 연예인 중 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빈소에 가는 연예인들 사진이 올라오다 누군가 웃거나 무대 의상 같은 옷을 그대로 입고 왔을 때 사람들은 ‘개념없다’고 말해요. 어떤 상황인지 보지 않는 거죠. 대중이 말하는 진정성이라는 건 사실 아무 곳에나 가져다 붙여도 통하는 단어잖아요.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진정한 진정성에 대해서도 명확히 답을 할 수 없는 시대인데도 실체도 모른채 ‘저건 진정성이 없어’라고 타인의 진정성에 대해 너무 쉽게 판별하려고 해요. 대중의 눈앞에 보여지는 직업인 연예인들에겐 더 심하게 진정성을 재단당하는 일이 많은 거죠”

이승한 칼럼니스트는 또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내거나 자신의 신념을 밝히는 연예인들이 오히려 욕먹는 사회에 대해서도 ‘왜 자꾸 문제를 일으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스스로 면을 구겨가면서까지 싸워야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의 마음을 생각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은 소녀시대, 임시완 등 젊은 스타들부터 라미란, 송강호 등 중년 배우까지 연예인들을 한 명의 ‘사람’으로 바라보며 써내려갔다. 그는 책 머리말에서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사람들, 반복된 실패 때문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사람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제 편 하나 없이 외롭게 싸우고 있는 이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순간에도 자신만의 춤을 추는 걸 멈추지 않는 수많은 외톨이와 괴짜와 관심종자와 고집불통 들에게, 당신을 이해해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려던 내 가난한 시도들이 모여 이 책이 됐다”고 적어뒀다.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의 춤을 추고 있는 연예인들을 이해해보겠다는 이 칼럼니스트의 작은 시도는 연예인들이 살아가기 더 힘든 세상에 그들을 바라보는 대중을 성찰하게 하고, 날선 송곳과 같았던 우리의 마음에도 작은 위로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