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국제작가축제
(사진=서울국제작가축제)

“이승우 씨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고 전신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치밀하고 지적이었다”

일본 유명 작가이자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에쿠니 가오리는 중앙일보가 주선한 이승우 작가와의 만남에서 이같이 극찬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이승우, 그는 누구인가. 10여년 전인 지난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르 클레지오 작가가 한국에서 노벨상을 받을만한 이로 꼽은 인물이다. 지난 4월에는 소설 ‘캉탕’으로 제 27회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는 독자는 열광하고 모르는 독자는 왜 저렇게 선망받나 싶은 작가 이승우는 스물 세 살 등단해 독보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 신학자를 꿈꾸던 청년, 이청준에 매료돼 소설가가 되다

1959년 전남 장흥군에서 태어난 그는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됐을 때 23살의 대학생이었다. 이후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미궁에 대한 추측’, ‘목련공원’, ‘식물들의 사생활’ 다양한 작품을 써내려가는 그의 행보마다 국내 내로라 하는 문학상이 함께 했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은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때로는 신에 대해 때로는 인간에 대해 그 욕망과 구원, 사회의 부조리와 원죄를 다루는 이승우 작가의 작품을 높이 샀다. 국내 뿐 아니다. 그의 글에 대해 미국, 프랑스, 일본 등도 주목해왔다.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던 그는 작가의 길에 들어섰고 후학 양성에도 힘쓰는 문예창작학과 교수다. 어쩌면 성직자로서 살아갔을 수도 있을 이승우 작가를 문학의 길로 인도한 이는 소설가인 故 이청준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세상의 문학들에 감탄하며 살았던 이승우 작가는 이청준의 ‘나무 위에서 잠자기’를 읽은 뒤 소설가를 꿈꾸는 청년으로 탈바꿈했다. 그 열망의 뿌리는 오직 하나였다. 이청준의 인간에 대한 표현을 그 역시 문학을 통해 해보고 싶었다는 것. 그렇게 시작된 공부는 그를 등단이란 길로 이끌었고, 이승우 작가의 데뷔작품은 이청준 작가가 심사위원으로서 보기도 했다. 운명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승우 작가는 “이청준 작가님이 내 작품을 좋아했다고 했다. 선생님 소설을 읽으며 공부하고 썼으니 당연한 거 아닐까. 운이 좋았다”(울산매일일보와 인터뷰중)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세월을 넘어 요즘의 이승우 작가는 이청준 작가와 비견되기도 하고 함께 작품이 거론되는 반열에 올랐으니 청출어람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다.

사진=동리목월기념사업회
(사진=동리목월기념사업회)

■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읽는 글의 마법사

이승우 작가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이유는 색다른 시선과 풀이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도 사랑받은 ‘식물들의 사생활’은 장애인 성욕을 소재로 다뤘다. 처지에 따른 분류 대신 그는 모두 같은 인간이자 개인이라는 생각 아래 한 개인의 자유와 욕구를 다루며 호평받았다. ‘사랑의 생애’는 어떤가. 모든 이가 사랑은 고귀하고 인간의 정신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가장 소중한 것이라 부르짖을 때 그는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일 뿐이라는 색다른 시선으로 풀어내며 독자들의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폐결핵에 걸린 29살 대학원생이 요양차 시골을 찾았다 친부와 조우하고 그를 살해하는 환상을 품게 되는 ‘한낮의 시선’은 릴케, 카프카 등 외국 유명 작가들을 버무리고 한국 특유의 정서를 배제한 과감한 선택으로 해외 독자층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그가 세상에 내놓은 작품들의 매력은 쉽게 정답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어떤 캐릭터를 나쁘다고 규정할 수도 없다. 선량해보이는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뜻밖의 공격성을 드러낸다. 실존적 불안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이 이승우 작가 작품의 위상을 높이는 또 하나의 지점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자신을 반추한다. 그래서 책은 거울이라고도 하고, 스스로를 읽는 행위라고도 한다. 어쩌면 자신이 속한 세계를 다른 시선으로 이해하는 길을 열어주고 이를 통해 더 바람직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에, 이승우 작가의 작품이 사랑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두터운 팬층을 지지대 삼아 지난 40년보다 더 자유롭게 뻗어가고 있는 이승우 작가에게 소설이란 인생에 복무하는 것이란다. 자신이 이 땅에 태어나 나고 자라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신이 감당해야 하고, 해나가야 할 일은 바로 소설 쓰기라는 것이다. 운명과도 같은 소설과의 만남이 그를 이끌었고, 그 길은 곧 천명이 된 셈이다. 독자들에게 있어 고마운 점은 이승우 작가가 쓸 수 있는 한 자신의 작품을 계속 써내려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여러 창구를 통해 할 수 있는 한 쓸 것이라고도 했고, 등단 60년까지 현역이고 싶다고도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승우 작가는 걸으면서 세상을 보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아간다. 그가 걷는 한 그의 작품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