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살았고, 엄마가 되었다. 엄마에겐 상처받는 일이 많고, 엄마로서도 상처 주는 일이 많다. 깨부수고 싶은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나는 엄마의 딸이고, 한 아이의 엄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무너져 가고,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엄마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만 고민하게 된다.

이같은 생각을 망치로 깨부수는 이가 있다. 스타강사 김미경. 그는 ‘엄마의 자존감 공부’를 통해 엄마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자존감이 높은 엄마가 아이 역시 자존감을 원천으로 세상을 헤쳐가는 사람으로 키워낼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엄마들에게 훈계를 하거나 지적질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엄마 독자들에게 주효하다. 저자는 딸이었던 엄마들이 받았을 상처를 어루만지고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을 걸어온다. 아이를 잘못 키우는 것은 아닌지, 엄마의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죄책감이야 말로 아이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라며 조곤조곤 설명한다.

이 책에서 받은 가장 큰 위로는 “천천히 가, 엄마 금방 안 죽어”였다. 남들의 자식과 비교하며 성공을 종용했던 부모를 등에 두고 마찬가지로 다른 엄마들의 부지런함에 동동거리며 눈앞의 아이를 어떻게 해야 잘 키울 것인지를 고민하는 엄마에게 이만한 위로가 없었다. 엄마는 기다려주는 존재이고,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힘을 내라는 묵묵한 진심이 이 한 문장에 담겼다. 이 책의 문장을 길어내 담는 이유는 하나다.

세상의 엄마들이여, 당신은 잘 하고 있다. 충분히 괜찮은 엄마다. 그러나 그 점을 깨닫는 게 먼저다.

사진=21세기북스
(사진=21세기북스)

생명이 커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감정이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스스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느끼는 감정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귀하게 여기는 감정이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아이들 마음을 가장 병들게 하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절대 줘서는 안 될 가장 위험한 감정. 나는 그게 바로 ‘죄책감’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병은 부모에 대한 작은 미안함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미안함을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느끼고 매일 새벽까지 잠 못 들 정도로 시달린 아이는 몇 년 뒤 어떻게 될까.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건 기본이고 ‘나는 쓸모없는 존재야’라고 자기 자신을 포기해버리는 데까지 굴러떨어진다. 미안함이라는 감정의 끝은 항상 최악으로 치닫게 돼 있다.”

엄마는 아이보다 나이를 더 먹어서 든든한 게 아니다. 아이보다 두둑한 자존감 나이를 먹어서 든든한 것이다. 든든한 엄마를 둔 자녀와 빈약한 엄마를 둔 자녀는 어렸을 때부터 삶을 대하는 기본자세가 다르다. 아이가 매사 자신감이 없고 무기력하다면 엄마인 나의 자존감 나이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내 자존감 나이는 과연 몇 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