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불교신문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한 생애 동안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이의 이름은 오래도록 남는다. 그 중에서도 사람이 남긴 글은 세월이 지날수록 짙은 향기를 내뿜으며 살아있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전한다. 우리 시대, 글로 향기를 전하는 이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 이 분의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을까.
법정스님이 작고한지 어느덧 10년. 그의 원적 10주기를 맞아 추모집 ‘낡은 옷을 벗어라’가 출간됐다. 이 책은 법정스님이 1963년부터 1977년까지 불교신문에 게재한 원고를 모은 것으로 그동안 스님 명의로 출간된 바가 없었기에 더욱 의미 깊은 글들이다. 법정스님은 자신의 이름 외에도 불교신문을 통해 ‘소소산인’ ‘청안’이라는 필명으로 다양한 글들을 실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글들을 포함해 불교신문사가 영인본을 조사해 원고를 찾아냈고 절판을 원했던 법정스님의 유지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가르침을 연구하는 차원에서 (사)맑고 향기롭게의 협조를 받아 출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볼륨’을 낮춥시다. 우리들의 청정한 도량에서 불협화음을 몰아내야겠습니다. 처마 끝에서 그윽한 풍경소리가 되살아나도록 해야겠습니다. 법당에서 울리는 목탁소리가 고요 속에 여물어 가도록 해야겠습니다. 하여 문명의 소음에 지치고 해진 넋을 자연의 목소리로 포근하게 안아주어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주제넘게 말하고 있는 제 자신도 ‘바흐’나 ‘베토벤’을 들을 때면 의식적으로 ‘볼륨’을 높이는 전과자입니다. 이제 우리 함께 ‘볼륨’을 낮춥시다”
법정스님의 주옥같은 가르침이 즐비한 이 책은 68편의 원고를 성격으로 분류해 11개 영역으로 나뉘어졌다. 일부는 새로 제목을 달았으며 원고 끝에 게재 일을 표기해 글을 쓸 때 당시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시기가 오래된 원고들은 일부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전체 맥락이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극히 최소한 문장을 수정했고, 어법 또한 현대문법에 맞췄다는 설명이다.
스님이 출가한 초기인 1960년대 초기에는 설화 형태의 글들이, 1960년대 중반부터 쓴 시 12편이 실렸으며 다양한 칼럼과 논문 및 서평 등이 게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