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증인' 스틸컷)
(사진=영화 '증인' 스틸컷)

“목격자가 있어. 자폐아야”

자폐아는 왜 목격자 그대로일 수 없었을까? 영화 속 자폐아 지우(김향기)는 우연히 살인 사건을 목격한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잡힌 미란(염혜란)을 변호하기 위해 사건을 따라가던 순호(정우성)는 그 날의 유일한 목격자 지우를 만난다.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지우가 낯선 순호는 서서히 눈높이를 낮추며 지우의 마음을 열어간다.

순수하고 영리한 지우는 그러나 자폐아라는 멍울에 씌워진 채 목격자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그 어른들의 편견과 짐작에 줄을 선 순호는 결국 지우에게 상처를 입히고 만다. 목격자이지만 증인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 속에서 지우는 점점 더 숨어든다. 가족을 제외한 세상에서 자신에게 눈높이를 맞춰주는 어른을 만났지만 결국 이용 당하고 마는 지우는 상처를 두려워한 채 자폐라는 상자 속으로 숨어든다.

우리 사회는 편견으로 멍들어 간다. 이를테면 도서 ‘82년생 김지영’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페미니스트 소설’이라고 폄훼하는 사람들의 편견이 수많은 논쟁을 낳고 있다. 남성, 여성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인식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같은 논쟁들이 일어났을까?’라는 의구심 마저 든다.

대한민국은 여성에 대한 편견, 장애인에 대한 편경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의 벽은 더욱 두터워져 가고 있다. 그리하여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어른들은 모순 덩어리일지 모른다. 이 책 ‘앵무새 죽이기’를 영화 ‘증인’과 연관지어 볼 수 있는 이유다.

■ 어른 사회의 편견을 비판하다 ‘앵무새 죽이기’

이 책 ‘앵무새 죽이기’의 원 제목은 ‘아이들이 심판한 나라’이다. 제목에서 포함하고 있는 아이의 눈은 사회계층 간, 인종 간의 첨예한 대립을 관찰한다. 미국의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학생들에게 읽힐 정도로 미국의 역사와 인권 의식 성장에 도움을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책은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했던 주 가운데 하나인 남부 앨라바마 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쓰여졌다. 젊은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한 흑인 청년을 백인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화자인 6살 소녀 스카웃의 눈으로 작품의 핵심이 되는 사건을 관찰하며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피폐해진 미국의 모습과 사회계층 간, 인종 간의 첨예한 대립을 그리고 있다.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유죄가 되는 미국 남부 사회 어른들의 편견에 대한 비판과 타자와의 대화 가능성을 아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정의와 양심, 용기와 신념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사회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앵무새 죽이기’는 인간의 편견과 이해, 용서, 인종, 성에 대한 토론의 주제를 이끌 수 있는 작품이다. 오늘날 세계와 연결된 보편적 주제를 다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