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욤 뮈소 공식홈페이지)
프랑스 파리, 혹은 미국 뉴욕을 주무대로 펼쳐지는 로맨스 같기도 하고 스릴러 같기도 한 이야기들. 전작에 나왔는데 또 나오는 캐릭터들에 대한 반가움과 그들의 활약상. 공유되는 세계관과 그 안에서 가지를 뻗는 다양한 사건들. 식상한 듯 싶은데 나도 모르게 바삐 책장을 넘기게 만들고야 마는 마성의 필력. 기욤 뮈소의 작품들에 대한 대체적 이미지를 꼽아보라면 이 정도를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국 작가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기욤 뮈소는 1년에 한권 꼴로 작품을 내는 다작 작가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인기가 높은데 이례적으로 열광적인 반응과 젊은 세대들의 추종에 평단은 ‘기욤뮈소는 하나의 현상’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상이었을 뿐이라면 그 거품은 빠르게 꺼져 맨 밑바닥에 스며들었을 것이다. 기욤 뮈소는 현상을 넘어 독보적인 자신의 장르를 구축했다. 이는 일부 독자로 하여금 ‘자기복제’ ‘비슷한 전개’라는 비판을 부르기도 했지만 기욤 뮈소는 다양한 변주와 소재,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끌어와 읽을 때마다 ‘재밌는’ 작품들을 탄생시킨다. 엄청난 양의 독서와 아내마저 질투할 정도의 열정적 글쓰기, 나이를 먹어가며 확장되는 시선이 여전히 그가 잘 팔리는 유명 작가의 명성을 누릴 수 있는 이유다.
■ 기욤 뮈소를 작가로 만든 두 거장
기욤 뮈소는 고등학교 교사였다 작가로 전향했다. 어머니가 사서였기에 그 역시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고 작가의 길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지만 정작 기욤 뮈소를 작가의 길로 이끈 건 어머니가 아닌 애거서 크리스티와 에밀리 브론테였다. 두 작가에 푹 빠진 기욤 뮈소는 어머니가 일하던 시립도서관의 책을 집어삼키다시피 하는 다독가가 되었고 그 스스로 읽히는 글을 쓰는 다작작가가 됐다. 그는 자신의 대부분 작품을 국내에 출간한 출판사 ‘밝은세상’을 통해 “나는 무엇보다도 엄청난 독서가”라면서 “청소년 시절에 독서의 즐거움, 말이 지닌 권력, 픽션의 힘을 발견하면서 책이 있는 한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책이 선사하는 진기한 경험들과 짜릿한 전율을 두고 기욤 뮈소는 ‘가장 저렴한 여행 티켓’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책의 즐거움을 알게 된 그는 2001년 ‘스키다마링크’(Skidamarink)로 데뷔했고 2005년 발표한 ‘구해줘’(Sauve moi)로 스타작가 반열에 오른다. 실의에 빠진 배우지망생과 아내를 잃고 삶의 의미를 잃은 의사가 우연히 만나 생과 운명을 넘나드는 사랑을 경험하는 이 작품은 현지에서 무려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로 등재되며 밀리언셀러로 기록됐다.
(사진=기욤 뮈소 공식 홈페이지)
그의 초창기는 젊은이들의 민감한 감성을 좇는 트렌드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고 인식된 기욤 뮈소의 작품은 해당 세대들의 열광적 반응에 힘입어 프랑스에서는 그의 작품들이 줄줄이 영상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영화화됐고 중국에서는 ‘종이여자’가 영화화를 알렸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비판도 불거져 나왔다. 밑천이 뻔히 보이는 전개 방식과 조금씩 다를 뿐 본질은 비슷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이유로 그의 작품들을 깎아내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그를 ‘프랑스의 귀여니’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는 다양한 소재가 녹아있으며 반드시 그에게 익숙해진 독자들마저도 놀라게 하는 반전이 담겨 있다.
■ 해가 지날수록 확장되는 그의 작품세계
이것이 그가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는 매년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변신을 거듭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려 노력한다. 그 스스로도 독자들이 자신의 소설을 읽고 지루해하는 일이 없도록 새로움을 전하려 애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만큼 기욤 뮈소 작품에서는 다양한 소재가 투입된다. ‘천사의 부름’은 공항에서 겪은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휴대전화가 소설의 비밀을 담은 도구로 등장한다. ‘내일’에서는 노트북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매개체가 되고 ‘파리의 아파트’에서는 미술작품이 주인공들이 쫓는 진실의 열쇠다. ‘종이여자’는 아예 남자 주인공의 소설 속에서 여주인공이 튀어나오며 ‘브루클린의 소녀’에서는 비밀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가 본격 스릴러 작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는 평이 프랑스 현지에서 줄줄이 튀어나왔다.
특히 그의 작품들을 보면 어느 작품에나 ‘사랑’이라는 키워드는 빠지지 않지만 그 형태가 단순한 연인의 이야기에서 가족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독자들은 그가 아버지가 됐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기욤 뮈소 스스로도 “자식이 우리를 한층 더 강하고 동시에 약한 존재로 만든다”고 한 바다. 이에 더해 서구사회 한국 사회와 다르지 않게 전통적 의미의 가족을 벗고 가족구성원 각자의 자유에 대한 비중이 커진 상황이다. 기욤 뮈소는 이같은 사회 변화에 주목하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며 그 스펙트럼을 더욱 확장해가고 있다.
기욤 뮈소는 국내 전담 출판사를 통해 자신의 아내가 “나보다 등장인물을 더 좋아한다”며 농담처럼 하소연했다고 전한다. 그렇게 그는 독자들이 매료된 캐릭터들을 창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다. 본인에 따르면 열다섯살 때부터 줄곧 글쓰기는 기욤 뮈소가 살아가는 이유나 다름없다고 하니 그가 매일 글을 쓰고 1년에 한권씩 꾸준히 신작을 내놓는 것이 충분히 이해되고 남는 대목이다.
기욤 뮈소는 작품을 쓸 때 장르를 구별하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다양한 감정에 중점을 둔다고 알려진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가 캐릭터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독자들의 즐거움을 위해서다. 그는 독자들이 소설 속 사건에 깊이 빠져들고 그로 인해 책장을 넘길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일이라 말한다. 그를 사랑하는 독자들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욤 뮈소가 매년 꾸준하게 책을 내고, 그 작품들이 한순간이라도 짜릿한 전율과 재미의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한 독자들은 기욤 뮈소 작품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