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아북스
사진=모아북스

사회 사건 사고 기사에 가장 많이 달리는 여론의 댓글은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비난이다. 특히 이런 반응은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저임금 노동자가 몇푼을 훔쳤다는 오해를 받고 해고 당하고 벌금을 받는 현실, 반대로 어느 재벌은 수천억원을 휘둘렀지만 집행유예를 받을 때, 잔혹한 살인법 혹은 성범죄자가 일반인이 보기엔 황당한 이유로 감형받을 때 자주 튀어나온다. 연관없는 사건들을 두고도 누구는 이래서 몇 년을 살고 누구는 전관예우가 살아있는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해 구속되지 않았다는 비교와 비난이 쏟아진다.

법으로 판단하자면 이 사회는 완벽하게 정의롭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법이 없다면? 만약 국민 법감정처럼 판사들이 감정과 관습과 이 사회의 정서를 염두에 두고서만 판결을 내린다면 그야말로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어쩌면 판사야말로 법과 사회 정서상의 처벌 기준 사이에서 가장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오랜 시간 정치계에 몸담았다 현재 공정산업경제포럼 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곽동진은 ‘유죄 vs 무죄’를 통해 억울한 사람들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정의에 대해 묻는 과감한 책이다. 그는 황당한 판결, 혹은 과잉충성에 의존하는 비상식적 사회가 아닌 누구나 작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 주권 사회의 비판의식을 일깨우고자 이 책을 써내려갔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유죄 vs 무죄’를 통해 던지는 질문은 현재 국민들이 법 판결에 대해 느끼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 판결을 믿어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법의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문제들이다.

세대와 이념, 권력, 검찰, 특권 등 다양한 요소들이 법과 국민감정을 가로막고 서 있다. 최근 몇 년 간 한국 사회가 겪었던 우여곡절의 사건 사고를 바라본 적지 않은 이들이 법과 정의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깊이 생각했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자는 시민들이 힘과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자들, 약육강식의 동물 사회와 다름없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과정과 결과를 봤고 기회가 평등한지, 과정은 공정한지, 결과는 합당한지 따져보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적지 않은 이들이 ‘법대로 하자’는 말이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강자를 위해서가 아닌 정의를 위한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책에는 법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들과 함께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해법과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