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이라는 책’의 저자 알렉산다르 헤몬은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문화 잡지 편집자로 일하다 27세가 되던 해 고국에 내전이 발발하면서 우연히 방문하게 된 미국 시카고에 발이 묶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 갑작스럽게 난민 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그린피스 운동원, 서점 판매원, 강사 등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영어를 익혔다. 한동안 모국어로도, 제2외국어인 영어로도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완전히 잃어가는 것 같아 괴로워하던 저자는 얼마 후 뉴요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명 잡지에 산문을 발표하면서 평단의 호응을 얻고 서서히 시카고에서의 새로운 삶에 적응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난민이자 이방인으로서의 결핍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우여곡절이 있었던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라예보에서 자랐고, 난민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으며,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작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난 숱한 ‘다름’의 문제들을 세심하게 꼬집는다. 더 나아가 한 사회 안에 깊고 단단히 뿌리 내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까지 되어버린 이 ‘차이’와 ‘구분 짓기’가 얼마나 의미 없고 부끄러운 것인지 깨닫게 한다.

그는 이 회고록을 통해 타인의 비극이 전염될까 두려워 스스로 쌓아 올린 ‘차이’라는 담장을 허물 수 있는 힘, 바로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감수성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