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캡쳐)
40살 나이에 친구들과 우정을 보여주며 동시에 각각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방영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각 에피소드 초반에 나오는 프롤로그들은 40살 남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철없는 태도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끈끈한 의리로 눈물을 훔치게도 했다.
그러나 본 에피소드에서는 주로 로맨스를 중심으로 네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돈 많은 연상의 부인과 사는 이정록(이종혁 분), 허세 가득하면서 늘 흔들리는 여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는 임태산(김수로 역), 친구의 여동생 때문에 고민 많은 최윤(김민종 분), 그리고 우연히 운명적으로 만난 연인과 사랑하지만, 옛 사랑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혼란스러워 하는 김도진(장동건 분)의 이야기는 안타깝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한다.
이러한 로맨스는 잊혀진 책을 다시 베스트셀러로 만들기도 했다. 10화 방송분에서 최윤은 임태산의 여동생이자 자신을 짝사랑하는 메이라(윤진이 분) 때문에 고민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즈음 서이수(김하늘 분)은 최윤에게 신경숙의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선물한다. 책을 펼쳐 목차를 살펴보던 최윤은 ‘내가 그쪽으로 갈게’라는 에필로그에서 멈칫한다. 이후 메아리와 도로를 가운데 놓고 서로 무단횡단을 하던 장면에서 최윤은 “내가 그쪽으로 갈게”라고 외치며, 메아리를 보호하려 위험한 도로를 건넌다. 애틋한 첫사랑이란 주제를 그린 소설과 소설 속 문장, 드라마의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았다.
비록 간접간고(PPL)이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은 움직였고,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방송 후 3주간 3만 8000부가 팔리면서 다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2010년 출간돼 이미 30만부나 팔린 책이 2년 만에 또 수만 부를 판매한 셈이다.
당시 이 책뿐 아니라 간접광고에 적극적이었던 출판사 문학동네의 책들이 모두 판매가 상승했다. 2007년 출간된 프랑스 작가 세르주 블로크의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는 김도진과 서이수를 이어주는 매개로 방송에 노출되면서 수 천부가 팔렸고, 김연수의 ‘원더보이’나 김훈의 ‘칼의 노래’ 모두 베스트셀러 차트에 진입했었다.
간접광고였어도 당시 방송을 통해 노출된 책들은 분명 30~40대를 움직였을 것이다. 영상이 아닌 활자로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감동하고, 이별했던 세대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