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FNC엔터테인먼트)
요즘 아이들의 꿈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연예인, 아니면 유튜버.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인기를 얻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직업이라는 점, 자신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이들이 꼽는 제 1의 꿈으로 꼽힌다. 여러 이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연예인이나 유튜버가 세상이 칭하는 ‘존경’을 받기란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 사람, 전국민적 지지 속에 국민 MC라는 수식어를 십수년 째 떼지 않고 있는 이가 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사람들을 잘 아우른다는 장점이 그를 톱의 왕좌를 지키도록 만든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심지어 연예인임에도 그의 명언 10가지가 리스트화돼 끊임없이 돌고 돈다. 유재석은 자타공인, 현 시대 스타들 중 ‘리더’라는 수식어가 달려도 부끄럽지 않은 인물이다.
지금은 그를 말쑥한 외모와 지적인 분위기라 평가하는 이가 많지만 유재석의 첫 직업이 개그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같은 외모와 분위기는 그에게 독이었다. 그는 서울예전 방송연예과 1학년이던 1991년 KBS개그맨 공채로 합격한다. 남보다 일찍 꿈꾸던 길에 들어섰지만 포졸, 지나가는 사람 등이 그의 역할의 대부분이었다. 당시 그는 남들과의 비교에 너무 힘들었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다. 친척이나 친구는 둘째치고 김국진, 김용만, 박수홍 등 잘 나가는 동기들이 그를 비참하게 했다. 그가 인기 없었던 이유는 특출난 끼나 외모적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가운데 군대를 선택한 그는 군대에서마저 이정재의 후광에 밀려 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스스로를 바꾸게 된다. 자신감이 넘치는 이정재의 모습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은 그는 제대 후 단역을 마다하지 않고 열일 행보를 보였고 한심한 남편 역할로 7년의 백수 생활을 청산했다. 그 때가 22년전인 1997년이다.
■ 다수의 출연진, 방송가 변화에 최적화된 리더
그리고 2000년에 시작한 MBC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이 유재석의 리더십과 재능을 제대로 발견하게 해준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각양각색 스타일과 성격의 스타들이 출연해 한밤을 보내는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출연 스타들의 재능을 이끌어내 주고, 모든 이를 융합하는 역할로 MC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에게 열정만 있고 모든 이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대했다면 그는 최고의 MC로 각광받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동거동락’을 시작으로 유재석은 SBS ‘X맨’으로 꽃을 피웠고 이후 KBS2 ‘해피 투게더’ MBC ‘놀러와’로 1인자의 자리에 올라선다. 앞서 밝힌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모두 많은 인원, 스타의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하는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유재석이 자연스러운 이야기와 분위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다수를 이끌어냈는지 그만의 리더십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에 임할 때도 말을 많이 하는 MC가 아니라 듣는 MC였다는 점도 그를 톱 반열에 올려놓은 장점이자 리더십으로 꼽을 만하다. 들을수록 내 편이 많아지고 말을 독점할수록 적이 많아진다는 그의 말은 일반 기업 리더들이나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깊이 있는 조언으로 다가온다. 21세기에 들어서 생겨난 ‘서번트 리더십’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존중과 소통을 바탕으로 한 설득의 리더십을 뜻한다.
(사진=MBC)
이러한 그의 재능과 시대에 걸맞은 태도가 최정점에 달한 건 두말 할 필요없이 MBC ‘무한도전’이다. 유재석의 철저한 자기관리는 그의 가장 특출난 리더십으로 꼽힐 정도. 이에 그치지 않고 한때 모두의 성공과 프로그램의 흥행을 위해 일일이 ‘무한도전’ 멤버들의 사생활을 챙겼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로 유재석의 사람 챙김과 이미지 관리는 철저했다. 세간에 정석처럼 떠도는 “카메라 앞에서는 무엇을 해도 용서가 되지만, 카메라가 꺼졌을 때도 똑같이 행동하면 안 된다”는 그의 말은 이같은 소문이 돌게 된 이유, 평소 그의 생활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 국내 가장 바쁜 1인, 휴일만 되면 "놀면 뭐하니?"
마지막으로 유재석은 안주하지 않는 태도로 자신의 톱 자리를 유지하는 리더다. 지상파를 고집하다 위기라는 말이 나돌았지만 그는 열린 태도로 비지상파를 통해 더욱 다채로운 웃음을 전하고 있다. 혹자는 시청률로 유재석의 시대는 끝났다고도 하지만 그의 새로운 도전에 호응하는 대중은 적지 않다. 그 역시 마찬가지다. 유재석이 프로그램에서 옛 동료를 만날 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너무 뻔하잖아”다. 그가 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지, 좀 더 새로운 이야기로 시청자와 소통하고 싶어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7월 초 유재석의 단짝 김태호 PD가 복귀하며 내놓은 프로그램도 유재석의 성실함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김태호 PD 복귀작은 MBC ‘놀면 뭐하니?’. 이 프로그램을 설명하면서 김 PD는 유재석이 평소 스케줄이 없는 날 “놀면 뭐하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다는 사람 중 한명인 유재석이 스케줄 없는 날 하는 말이 “놀면 뭐하니”라니. 그가 톱스타를 넘어 연예계 대표 리더로 불리는 이유다.
(사진=이지북, 북랩)
■ ‘일인자 유재석’&‘유재석 배우기’
‘일인자 유재석’은 ‘PD수첩’,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정의 무대’ 등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한 김영주가 쓴 책이다. 방송작가가 본 국민 MC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저자가 다루는 유재석의 이야기는 좀 더 내밀하고 현실적이다. 저자는 유재석이란 사람이 어떻게 오랜 무명 세월을 극복하고 스타가 되었는지, 그가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능의 정석은 무엇인지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이와 함께 유재석의 7가지 습관을 살펴보고 그가 웃기는 방식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2012년까지의 유재석 인터뷰도 재구성돼 담겨 유재석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함께 접해볼 수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박지종이 쓴 ‘유재석 배우기’를 통해서는 유재석 리더십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을 따라가며 그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있다. 유재석처럼 바른 말을 쓰고 소통하는 법, 유재석의 체력·능력·사생활 관리부터 인성까지 세세하게 분석해 유재석이라는 사람이 왜 국민 MC라는 타이틀을 얻었는지, 그의 프로그램들이 오랜 시간 장수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믿을 만하고 매력적인 이 시대 한 리더의 고군분투 노력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