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밝은세상
이야기의 힘은 강하다.
어떤 이들은 요즘 나오는 책들이 가치가 없다고 단호하게 비판한다. 교훈이나 사색의 여지가 없는, 그저 킬링타임용 책들이 즐비하다고들 한다. 일리는 있다. 요즘 나오는 책들을 보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진행으로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장르문학, 가르침과 사유를 제공하기보다 짧은 힐링과 소비적 여유를 주는 에세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책들을 모두 쓸모없는 것들이라 비난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더욱 쉽고 재밌는 것을 원한다. 또 이에 발맞춘 책들이라고 해서 독자들에게 남기는 것이 없을까. 아니, 남기는 것이 없으면 또 어떨까. 독자가 재밌게 읽었다고 하면, 읽는 그 시간만큼은 행복했다고 하면 책은 그 쓸모를 다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이같은 이유로 이 작가는 '현상'으로 불리기도 했다. 프랑스 최고 인기 작가로 손꼽히는 기욤뮈소다. 현지에서 '기욤 뮈소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할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작품을 각색한 영화가 나왔을 정도다. 이야기로 미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욤 뮈소는 이 시대의 핫한 작가일 수밖에 없다.
페이지 터너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으로 국내 독자와 만난다. 국내에서 출간되는 16번째 작품이다.
세 권의 소설만으로 최고 작가 자리에 오른 네이선 파울스는 퓰리처상까지 받았지만 절필을 선언하고 지중해 한 섬에 칩거하는 인물이다. 이야기는 네이선이 절필을 선언한 1998년부터 파리 7구 아파트에서 유명의사 알렉상드르 베르뇌유 일가족이 살해당한 2000년까지의 과거 이야기, 2018년 현재 보몽 섬의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된 작가 지망생 라파엘과 20년 전 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기자 마틸드 몽네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전개된다.
절필한 유명작가와 여기자, 살해당한 일가족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기욤 뮈소는 네이선을 흠모해 그를 만나려고 섬을 무작정 찾아온 습작 작가 바타유의 눈으로 사건과 사연을 파헤쳐 나간다. 자기 복제라는 비판과 더불어 새로운 작품에 도전한다는 호평을 함께 짊어진 기욤 뮈소의 신작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얼마나 머무를 지 주목할만하다.
기욤 뮈소 지음 |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340쪽 | 1만 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