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교양인
사진=교양인

간혹 세상의 소음에 나 자신을 차단시키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정작 귀를 막았을 때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에,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들을 들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 지 두려움에 휩싸인다.

우리는 귀를 막았던 손을 뗄 때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안도하지만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세상에서 생애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부모로 둬서 소리보다 손과 표정을 통해 세상을 보기 시작하는 자녀들도 있다.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세상은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라고 부른다. 이들은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 그 경계에 서 있다. 국내에도 유일한 코다 단체가 있다. 코다 코리아다. 그리고 이 단체에서 만난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이길보라, 수어 통역사이자 언어학 연구자인 이현화, 장애인 인권 활동가이자 여성학 연구자인 황지성이 모여 '우리는 코다입니다'라는 책을 써냈다.

이들이 책을 쓴 이유는 하나다.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낯선 존재인 코다를 알리고 코다들의 다양하고 깊이있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다.

저자들은 부모에게서 수어를 배운 코다,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 부모 아래서 자란 코다, 퀴어한 코다, 한국계 미국인 코다들이다. 이들은 코다의 시선으로 코다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면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더 나아가 그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농세계와 청세계를 넘나들며 경계인으로서 살아온 이들은 자신의 언어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낯선 세상을 조명하고 우리 안의 편견을 낱낱이 보여준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와 대화를 시도하고, 더 나아가 다양성과 고유성, 교차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길보라 , 이현화, 황지성 지음 | 교양인 | 394쪽 |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