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파고 시나씨 인스타그램)
우리가 외국의 역사에 대해 잘 알기란 쉽지도 않고, 관심을 갖기도 힘들다. 세계사에 주요한 일들이나 가까운 국가라 한국의 역사와 연관된 역사를 알고 있는 정도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다. 그러나 이 사람은 좀 다르다. 부처와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동양에서 공부하고 싶어 한국에 왔고 언론매체 편집장을 맡아 굵직한 세계 이슈들을 한국인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만큼 한국에 대해 잘 알고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통달한 이다. ‘비정상회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 외국인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에게도 친숙해진 터키인, 알파고 시나씨다.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그의 이름을 시나까지만 인식하고 존칭이 붙은 줄 알지만 그의 풀네임은 알파고 시나씨다. 그는 충남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거치며 언론인과 예능인으로서 한국인들 사이에 자리잡았다. 특히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한국 역사를 꿰뚫고 있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 바다. 서울대 대학원 정치외교학부 석사학위 논문은 무려 ‘한국의 5.16 쿠데타와 터키의 5.27 쿠데타’ 비교이기도 했다. 이런 모습들이 있기에 알파고 시나씨가 내놓은 ‘세계 독립의 역사’는 이례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그는 ‘세계 독립의 역사’를 세계 10개국의 독립 과정을 한국과 비교분석한다.
(사진=알파고 시나씨 인스타그램)
■ 외국인 눈으로 본 한국 독립
본명이 알파고인 이 터키인 과학도는 해박한 지식으로 세계 역사와 한국의 역사를 비교하며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특히 그가 특별하게 기억하는 한국의 독립 역사는 3·1운동이다. 그는 3·1운동이야말로 한국인들이 전체적으로 독립을 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3·1 운동 100주년 기념 토크퍼포먼스 쇼인 ‘백범 얼라이브’에도 참여했을 정도로 3·1운동에 대한 관심과 관점은 남다르다.
“3·1운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독립의 일부 지식인들의 과제였는데 독립선언을 하고 난 후 3·1운동을 계기로 일반인들 역시 독립하자는 열망이 피어올랐다고 봅니다. 그전까지 독립에 대한 욕망이 컸다고 보기엔 미흡하고 그 이후 한국이 독립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3·1운동 전에도 몇차례 독립 선언은 있었지만 자국민의 의식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독립을 하려고 할 때 지배 국가에 대한 도전이 아닌 자국민의 민족 의식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보거든요. 이전까지의 독립선언들이 민중의 의식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3·1운동의 독립선언을 가장 성공적이라고 보는 것이죠”
특히 알파고 시나씨는 한국의 독립운동이 다른 나라의 독립운동과는 달랐다고 본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났지만 이는 대부분 군사적인 면모가 강했고 투쟁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독립운동은 조직적 투쟁보다는 교육적 면모가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이 알파고 시나씨에게 인상깊게 각인됐다. 이를 두고 그는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이 일본에 지배당하게 된 상황을 근대적 교육 부족 때문이라 생각한 것이라 분석한다. 그는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어부였고 작은나라에 가까웠던 일본에 지배당한 이유를 생각하다 ‘교육, 근대적 교육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이유로는 일본이 온 나라를 다 쓸고 있음에도 국민들이 큰 반란을 하지 않았다는 점, 일본인의 근대적 기술이 한국에는 없었기에 군사적 싸움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점을 들 수 있다. 이 점들을 토대로 독립운동가들은 교육을 제대로 할 때 일본에게서 쉽게 독립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교육을 중요시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자신의 견해를 설명했다. 또 이같은 점들 때문에도 한국의 독립운동은 다른 국가와 다르게 재평가되고 홍보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진=알파고 시나씨 인스타그램)
■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한국이 변화해야 할 점은
다만 안타까운 점도 있다. 과거, 일제 강점기부터 경제성장과정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민족의식을 십분 활용했지만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민족의식이란 개념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민족주의는 조절을 제대로 못할 경우 세계 안에서 강대국으로 성장하기가 힘듭니다. 현재의 강대국만 살펴봐도 주로 다문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죠. 물론 한국이 당장 미국이나 캐나다같은 다문화 나라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 국가들은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니까요. 그런 면에서 독일의 행보가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고 하겠습니다. 뚜렷한 민족성이 있었고 국토 역시 민족의 땅이었죠. 그러나 요즘은 이민자들에 열린 국가를 표방하고 이들을 독일이라는 나라와 문화에 정착시키려는 시도로 2차 대전 패배자에서 UN상원위원회에 들어가려는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강대국이 되려면 기존의 민족주의를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군의 후손이라는 단일민족으로서의 자부심 위에 다른 사람들을 더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인식이라면 한국어를 모국어보다 잘하는 사람도 한국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테고 세계 인재들을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현재는 자국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기에 세계에서 무언가를 당겨와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위해 민족주의 의식이 현대에 맞게 정립되어야 한다고 봐요”
단일민족이라는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지만 이제는 그 제한선을 풀고 개방적 마음을 가져야 세계에서 인정받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우리는 역사에서만도 여러 차례 타국을 배척하다 곤경에 빠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일본이 36년이란 세월동안 우리나라를 억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 내부의 사정과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일본인들의 침략적 행태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근대 문물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들을 면밀히 살피며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외신 기자는 한국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편된 세계 질서에 발을 맞춰 공동의 목표인 미래 가치를 위해 나아가야 하며 국민의식부터 다문화에 포용된 태도로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을 지적하거나 비난하기보다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세계 독립의 역사’에는 비단 한국 뿐 아니라 바티칸부터 영국, 프랑스, 미국, 알제리, 조지아,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국가들의 독립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국가의 의미와 중요성, 국가와 국가의 일원이 미래를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행동을 재점검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