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갈매나무
(사진=갈매나무)

여행에는 여러가지 조건이 있다. 꼭 챙겨야 할 것, 현지에서 꼭 사야할 것, 각 나라마다 지켜야 할 것 등. 이와 함께 요즘 나오는 말은 효도여행은 여행이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함께 하는 여행은 진짜 여행의 참맛을 느끼기보다 고된 훈련의 여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적지 않은 이들이 부모와 함께 하는 여행, 특히 해외여행을 꺼리곤 한다.

이해가 가는 대목이긴 한데 어쩐지 씁쓸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50대 딸이 80세 노모와 함께 떠난 여행기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를 떠나보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엄마와 함께한 세번의 여행'은 부모와 함께 하는 여행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여실히 느끼게 한다.

50세가 된 딸이 남미로 여행을 떠난다. "80세는 여행하는 한 해로 삼을 거야"라고 말했던 80세의 엄마와 떠난 딸은 한 달 동안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이구아수, 바릴로체, 엘 칼라파테, 우수아이아를 둘러보고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와 산티아고, 페루의 리마, 쿠스코, 아레키파까지 남미 3개국, 10개 도시를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그리고 남미에서 새로운 사람, 언어, 문화를 만나고 돌아온 다음 날, 엄마는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영화나 소설에나 나오는 비극같은 일은 현실이었다.

저자는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에서 예정된 이별을 알지 못하고 해맑게 떠났던 엄마와의 한 달간 남미 여행, 남미에서 돌아온 엄마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날부터 시작된 약 7개월의 이별 여행, 그리고 엄마가 남긴 일기로 먼 옛날의, 지금껏 알지 못했던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담고 있다.

이 세 번의 여행을 통해 딸은 엄마의 삶을, 그리고 엄마와의 이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깨닫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부모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만든다.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48쪽 | 1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