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산책방
사진=다산책방

한 교육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아들이 초등학생이 됐을 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위인이 아닌 아버지라고 답하는 아이는 바르게 자란다는 것이었다. 그의 지론은 이랬다. 아들이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것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좋은 모습, 배울만한 면모를 보였다는 것이고 그 정도로 많은 애정과 스킨십을 줬다는 방증이란 것이다. 또 이로 인해 아들이 아버지를 존경할만한 인물로 꼽았다면 그것은 아들이 살아가는 내내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중심점이라는 설명이었다. 아들이 이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버지가 그만큼 아들의 일상에 관심을 갖고 많은 대화를 나눠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또 그런 관계일 때 아들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테고, 든든한 버팀목을 등에 두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터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지휘자 금난새도 그런 아버지를 뒀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버지에 바치는 책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을 펴냈다. 금난새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성악가,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 금수현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버지의 글 75편을 직접 추려 담았다. 그리고 아버지와 음악, 그리고 자신의 잚을 되돌아보며 새롭게 집필한 글 25편을 더한 총 100편의 에세이를 이 책에 담았다.

금수현은 일제강점기 민족 최대의 항일독립운동이었던 3·1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에 태어나 부산 제2공립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음악대학교의 전신 동양음악학교 본과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이후 그는 지역 음악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1957년부터 6년간 문교부 편수관으로 근무하면서 한국의 음악 용어를 한글로 바꾸는 데 공헌했다.

영 필하모닉 관현악단 이사장, 음악저작권협회장, 한국작곡가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클래식 음악 발전이 이바지한 그는 ‘국제신보’와 ‘서울신문’ 등에서 사회적 칼럼을 연재하고 한글 이름 짓기에 선구적 역할을 담당해 외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전방위적인 활동과 공적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는 전공 분야인 음악계뿐 아니라 20세기 우리나라 사회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 지성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같은 그의 일생은 아들인 금난새가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로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금난새 역시 아버지의 생을 돌아보고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 돈독했던 가족애 등을 책을 통해 다시 되짚고 있다.

책은 ‘제1악장-거리에서 본 풍경’, ‘제2악장-사람 속마음 들여다보기’, ‘제3악장-생각이 보배다’, ‘제4악장-인생은 음악과 같다’와 같이 총 4악장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교향곡의 구성을 따르고 있다. 이 책에 담긴 100편의 글은 날카로운 지성과 끈끈한 가족애로 최고의 지휘자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금난새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다룬 첨예하고 진정한 성찰을 엿볼 수 있다.

금수현 , 금난새 지음 | 다산책방 | 272쪽 | 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