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비)
"여자들이 원래 수학에 좀 약하잖아" "얼굴이 타니까 동남아 사람처럼 보인다, 야" "퀴어축제를 왜 사람이 많은 데서 해?" "너 진짜 결정 장애인 거 알지"
우리가 숱하게 듣는 말들이다. 그러나 만약 자연스러운데라고 생각했다면 당신도 차별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사회복지학자인 김지혜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통해 은밀하고 사소하며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선량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저자는 그간 차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 활동가이자, 통계학·사회복지학·법학을 넘나드는 통합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국내의 열악한 혐오·차별 문제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전념해온 연구자로 활동해 왔다. 그는 인간 심리에 대한 국내외의 최신 연구, 현장에서 기록한 생생한 사례, 학생들과 꾸준히 진행해온 토론수업과 전문가들의 학술포럼에서의 다양한 논쟁을 버무려 우리 일상에 숨겨진 혐오와 차별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가. 저자는 모든 사람은 가진 조건이 다르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아무리 공정하게 판단하려 해도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때문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차별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특권부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그의 날카롭고 다각적인 문제제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무리 선량한 시민이라도 차별을 전혀 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차별이 지워지거나 공정함으로 둔갑되는 메커니즘을 살피고 차별에 대한 논란들을 차근차근 해부하며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인간 심리와 사회현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이론을 소개하면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평등과 차별을 탐구해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