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민출판
사진=국민출판

직장인의 덕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선임은 후임을 잘 길들여야 하고 후임은 요령있게 선임을 구슬려야 한다. 눈치가 없으면 업무능력이 꽝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고 시대가 급변한 가운데 각기 다른 가치와 삶의 자세를 가진 90년생과 70년생은 소통만으로도 숙제를 짊어진 느낌이다. 덕목 뿐인가. 고충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직장생활이 고달파진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놈의 위기는 왜 맨날 오는 것인지, 야근은 해야 하는 것인지 주 52시간을 외치며 당당히 칼퇴해야 하는 것인지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 늘 퇴직을 꿈꾸지만 컴퓨터 안에 잠자고 있는 사직서는 제출되지 못한 채 날짜만 바뀌어간다.

요즘 대다수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고충들 중 극히 일부다. 그중 혹자는 앞서 산 이들을 언급하며 그 세상은 좋았을 거라 투덜대기도 한다. 과연 그랬을까? 직장인은 어느 시대, 어떤 상사와 CEO를 두고도 고달팠을 수도 있다. 정쟁이 끊이지 않았고 지금과 달리 위에서 내리꽂는 왕의 명령이 그 시대 직장인이었던 신하들을 애끓게 했을 수도 있다.

서울대에서 국사학과 경제학을 복수전공한 신동욱은 유수의 대기업에서 일하던 중 직장 생활 10년차에 직장인이 갖는 현실적인 고민에 대해 직접적인 도움을 줄만한 역사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조선 직장인 열전’이다.

저자는 조선 위인들의 삶과 행적을 직장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어렵기만 한 직장생활을 어떻게 헤쳐나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인 현대 직장인들에게 해법을 제시한다.

500년 조선을 움직인 것은 한 국가를 책임졌던 왕과 그에게 고용된 여러 대신들이었다. 그들 역시 녹을 받는 직장인이었고, 조정이라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같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위인들 역시도 그 직장 안에서 실수와 깨달음을 반복하며 성공한 직장인으로 올라섰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

이 책은 17명 위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지혜롭게, 때로는 뚝심으로 밀어붙인 일들로 인해 조선의 직장인이었던 위인들의 삶이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 조명한다. 너무 잘난 후배를 뒀던 비애의 인물 남곤부터 늘 은퇴를 꿈꿨던 이황, 상사를 활용했던 정도전, 사내 정치의 모범 사례 신숙주, 말 한 마디로 인생을 망친 남이 등 조선시대 직장인들의 삶이 펼쳐진다. 이를 통해 저자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선사한다.

신동욱 지음 | 국민출판 | 312쪽 | 1만 5000원